자작(시·수필) 72

겨울 눈꽃산행

겨울 눈꽃산행 나는 겨울 눈꽃산행을 좋아한다. 나뭇가지 휘어지도록 눈 쌓인 순백의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눈꽃과 상고대가 아름다운 산을 좋아한다. 바람불어 쌓인 눈이 가루 되어 날리면 마치 봄날 춤을 추며 내리는 꽃비처럼 눈이 부신다.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매서운 칼바람의 추위도 잊어버리고 한편의 동화 같은 순색의 겨울 산속으로 나는 빠져들어 간다. 오늘은 덕유산을 종주하는 눈꽃산행이다. 덕유산(향적봉)은 해발 1,614m이며 무주구천동 33경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산이다. 오늘의 코스는 산행 들머리인 안성매표소-동엽령-송계삼거리-중봉-대피소-향적봉-백련사-삼공매표소 코스이며 예상 소요시간은 7시간. 산행 들머리인 덕유산 안성지구 매표소 출발, 출발지점에서부터 안전을 위하여 반듯이 아이젠을 신어야 한다...

자작(시·수필) 2022.01.08

군무원 40년을 마감하며

“군무원 40년을 마감하며" / 송상익 정식으로 Notice of Termination of Reappointment(재고용 퇴직 고지서)를 받고 사인을 한날이 3/2일이다. 따라서 근무는 4/16까지며 이날이 마지막 날이 되는 것이다. 퇴직 고지서를 받기 수개월 전부터 U.S. Army MSC-K 국장님(Daivid G, Martinez)으로부터 몇 년 더 근무해달라는 부탁을 수차례 받았으나 나 자신이 60세 후 10년을 더 근무하였고 이제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떠나겠다고 하고 퇴직 준비를 했다. 다른 동료들은 퇴직이 가까워 지면 몇 개월 전부터 남는 병가나 휴가를 내고 쉬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난 군무원 생활 40년 동안 병가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 그만큼 건강했다는 증거다. 60세 이후 정년연..

자작(시·수필) 2021.12.27

가을 들국화는 어머니를 닮다

가을 들국화는 어머니를 닮다 / 송상익 가을의 절정은 역시 들국화가 피어나 하늘거리는 날들이다. 늦더위가 심술 가득한 표정으로 자존심을 세우며 버티고 있어도, 혹은 얄궂은 가을비로 인해 물들지 않고 떨어지는 잎들 속에서도, 들국화는 언제나 가을의 중심 자리에 있다. 이 특별한 계절의 소중한 날들이 지니는 의미는 소박하고 너그럽고 인자함의 따사로움, 옛사랑의 그리움과 같은 것이다. 사계절의 어느 하늘도 이처럼 투명하거나 깊지 않고 늦가을 빛으로 물든 들녘을 걸으면, 가슴속에 파고드는 따스함과 포근함이 가을빛을 뿜어낸다. 인자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지니는 바람과 햇살은 또 어떠한가. 그리고 다른 때보다 더 크고 넓게 품을 수 있는 준비가 된 감성은 조바심 대신 여유로움으로 가득하다. 거기에 싱그러운 산들바람 ..

자작(시·수필) 2021.12.20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러나 모르는 척해선 안 되는 것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러나 모르는 척해선 안 되는 것 / 송상익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러나 모르는 척해선 안 되는 것이 있다.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잘못을 숨기고 싶어 할 때, 즉시 잘못을 지적하거나 무안을 주기보다 때로는 모르는 척 넘어가 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모르는 척 넘어가면 상대가 부끄러워하며 미안함을 느끼고 반성하면서 자발적인 변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40년 동안 미8군 군무원으로 있을 때이다. 내가 관리하는 직원이 백 명이 넘었다. 각양각색의 직원들, 나이는 20대부터 60대 후반까지, 학벌도 다양하다. 나이 많은 직원들은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가방끈이 짧고, 나이 어린 직원들은 가방끈이 길며, 말이나 생각이나 행동들이 ..

자작(시·수필) 2021.12.20

노을

노을 송상익 서산마루 언덕에 살포시 몸을 기울이듯 불타는 노을은 그 누가 머문 자리 저토록 아름다울까 해질녘 긴 그림자 드리우고 돌아오는 길목 내 머문 자리 저 노을 같아라 - 여름호 ‘노을’은 하루가 저물 무렵의 서녘 하늘을 아름다운 풍광으로 만든다. 그래서 시 혹은 일상에서 흔히 인생의 노년을 상징한다. 그리고 ‘노을’로 나타나는 ‘노년’은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송상익 시인의 시에서 나타나는 ‘노을’은 두 의미로 읽힌다. 하나는 “그 누가 머문 자리”이다. 즉 타자의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로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내 머문 자리”가 “저 노을 같”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노을처럼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아성찰과 그 성찰의 바탕으로 생활하는 것이리라. 구..

자작(시·수필)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