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수필)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러나 모르는 척해선 안 되는 것

공간(空間) 2021. 12. 20. 19:40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러나 모르는 척해선 안 되는 것 / 송상익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러나 모르는 척해선 안 되는 것이 있다.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잘못을 숨기고 싶어 할 때,

즉시 잘못을 지적하거나 무안을 주기보다

때로는 모르는 척 넘어가 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모르는 척 넘어가면 상대가 부끄러워하며 미안함을 느끼고

반성하면서 자발적인 변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40년 동안 미8군 군무원으로 있을 때이다.

내가 관리하는 직원이 백 명이 넘었다.

각양각색의 직원들, 나이는 20대부터 60대 후반까지, 학벌도 다양하다.

나이 많은 직원들은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가방끈이 짧고, 나이 어린 직원들은 가방끈이 길며, 말이나 생각이나 행동들이 제각각 틀리기 때문에, 사람들을 관리한다는 것은 가장

많이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하루는 회의 참석차 현장을 지나는 중 A라는 직원이 잘못된 작업을 하고 있어 처음에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냥 지나쳐갔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도 같은 작업 모습이라 살짝 사무실로 불러 잘못되면 어떻게 위험한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하고 보냈다. A라는 직원은 그 이후부터 내가 지나가면 미안해하며 실수가 없어졌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작업에 대한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만약 실수하여 잘못되면, 8군 군용차를 움직이는 현역군인들이나 군무원들의 생명이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감독자들은 상대가 언제 잘못을 할지 예의주시한다. 그러다가

걸리기만 하면 가차 없이 지적하고 혼을 낸다. 이런 경우에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자주 지적받거나 심하게 혼나면 자존심이 상하고 그로 인해

반발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위에 다른 직원들이 있는 곳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면서 상대를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지혜가 필요하지만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 주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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