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국화는 어머니를 닮다 / 송상익
가을의 절정은 역시 들국화가 피어나 하늘거리는 날들이다.
늦더위가 심술 가득한 표정으로 자존심을 세우며 버티고 있어도, 혹은 얄궂은 가을비로 인해 물들지 않고 떨어지는 잎들 속에서도, 들국화는 언제나 가을의 중심 자리에 있다. 이 특별한 계절의 소중한 날들이 지니는 의미는 소박하고 너그럽고 인자함의 따사로움, 옛사랑의 그리움과 같은 것이다.
사계절의 어느 하늘도 이처럼 투명하거나 깊지 않고 늦가을 빛으로 물든 들녘을 걸으면, 가슴속에 파고드는 따스함과 포근함이 가을빛을 뿜어낸다. 인자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지니는 바람과 햇살은 또 어떠한가. 그리고 다른 때보다 더 크고 넓게 품을 수 있는 준비가 된 감성은 조바심 대신 여유로움으로 가득하다. 거기에 싱그러운 산들바람 불어와 마음을 들뜨게 하는 가을 단풍이 차곡차곡 담길 때, 가을빛은 더욱 짙어지고 내 안의 들국화는 어머니를 닮았다.
* 들국화는 가을에 산과 들녘에 피어나는 꽃들을 말하며(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 참취. 감국. 산국~)
'자작(시·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눈꽃산행 (0) | 2022.01.08 |
---|---|
군무원 40년을 마감하며 (0) | 2021.12.27 |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러나 모르는 척해선 안 되는 것 (0) | 2021.12.20 |
노을 (0) | 2021.08.25 |
노을 [디카시 ] (0) | 2021.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