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연수암(蓮水庵)에서
상주시 연원 7길 . 연수암(蓮水庵)
엉겅퀴의 꽃말은 나라를 구한 꽃, 연인을 보호해주려고 하는 헌신적 사랑과, 따뜻한 포옹력으로 새로움을 충만 시켜주는 배품의 뜻이 있고 '고독한 사랑'이란 꽃말도 가지고 있는 참 의미 있는 꽃이며 성모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뽑아 낸 못을 묻은 장소에서 피었다고 하여 그리스도교의 성화가 된 꽃이기도 하다.
엉겅퀴의 전설 : 고려 때의 이야기랍니다.
무신정권이 한참 기세등등하던 시절, 나라 안 에선 제 배 불리기에 급급한 귀족관료들의 착취와 권력투쟁으로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진 우리네 민초들이 처절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었고 중국에선 몽고제국의 강자 칭기즈칸이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지요. 잔인한 기마민족인 몽고인들은 30여 년 동안 수십 차례나 고려를 쳐들어와 약탈과 파괴를 일삼고 있었답니다.
몰락한 어느 문벌가문에 보라라고 불리 우는 외동딸이 있었어요.
이름만큼이나 어여쁜 보라아가씨는 비록 몰락은 하였지만 자애로운 양친 밑에서 천진하고 곱게 자라났대요. 몽고의 침입으로 임금님은 강화도로 쫓겨간다하고 여기저기 민란이 발생하여 시국이 어지러웠지만 우리의 철부지 보라아가씨는 댕기머리를 달랑이며 산으로 들로 쏘다녔어요. 바람은 향기로웠고 풀 내음은 싱그러웠으며 그녀보다 두 살이 많은 똘똘하고 총명한 또깡이라는 그 집 어린 종이 항상 그녀 곁을 지키며 보살펴주었으니까요. 보라아가씨와 또깡이는 어릴 적부터 같이 커가면서 오누이처럼 친구처럼 의지하며 지내오다가 둘의 마음은 어느덧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사모의 정으로 자리 잡게 되어버렸지요.
그랬답니다. 청춘의 열여섯 열여덟이라~
설레임에 터질 것 같은 사랑을 품어본 사람이라면 그 향기로움과 가눌 수 없는 열정에 신분도 처지도 잊게 됨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지요. 시간은 오직 그대를 향해서만 흘러가는 것, 삶의 모든 길이 오직 그대에게로 귀속되는 것, 생각도 의지도 잃고 남는 것은 오직.. 그대만을 사랑한다는 것. 미칠듯한 그리움에 서로를 끊임없이 원할 때 우주는 부둥켜안은 두 사람을 중심으로 굴러가기 시작하고 함께 있을수록 시간은 숨이 멎도록 찬란한 생명으로 살아나지요. 하지만 아름다운 그 사랑을 한없이 누릴 수는 없었답니다.
세월은 그들을 그냥 놓아두지 않았어요. 대몽항쟁으로 또깡이는 돌아올 날 기약 못 할 전쟁터로 먼 길을 떠났고 그 때부터 보라아가씨의 기다림은 시작되었던 거예요. 님과 함께 오르던 언덕에 앉아 언제고 돌아오면 입혀드리리, 한 땀 한 땀 옷을 지으면서 햇살에 반짝이는 바늘로 그녀가 수놓는 건, 그리움이었답니다.
보라아가씨라 해서 굴곡진 세파로부터 피할 수는 없었지요.
그 지방에 오게 된 흑조라는 다루가치가 꽃처럼 어여쁜 보라아가씨를 그냥 두려하지 않았대요. 다루가치란 원나라에서 직접 파견된 몽고인으로 고려의 중앙과 지방의 사무를 처리하는 감독자를 말하지요. 님을 위한 옷을 다 짓기도 전 결국 보라아가씨는 몽고로 끌려갈 공녀로 징발되고 말았답니다. 노쇠한 부모님 때문에 쉽게 도망갈 수 도 없었던 그녀는 커져만 가는 님 그리움에 눈물로 밤을 지새웠어요. 돌아올 날 알 수 없이 떠나는 길은 왜 그리 멀고 슬프기만 한 걸까요. 싱그럽고 따스하던 산천초목은 가느다란 실바람 결에도 그녀의 소리 없는 몸부림을 대신해 울부짖는 것 같았지요.
심상치 않은 흑조의 눈초리도 모르는 체 그녀는 다른 처녀들과 섞여 먼 북쪽나라로 한발 한발 끌려가고 있었답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지치고 힘든 며칠이 지난 어느 밤이었어요. 청청하늘엔 보름달이 둥실 떠있었지요. 넉넉한 달빛아래 그녀를 품어주었던 그립고 그리운, 사무치게 그리운.. 님 생각에 잠 못 들던 보라아가씨는 일행과 떨어져 숲 속에 홀로 앉아있었답니다. 모두들 지쳐 잠이 들었고 산새도 꽃들도 한창 깊은 잠에 빠져있었지만 부드러운 달빛은 그녀를 포근하게 감싸주었고 달 속에선 사모하는 님이 금세라도 달려올 듯 환하게 웃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놀란 새들의 푸드덕거림! 풀벌레가 요란하게 소리치기 시작했어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흑조가 나무 뒤에서 불쑥 나타난 거예요. 눈빛을 번득이며 다가오는 검은 물체! 그건 진정 인간의 눈이 아닌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의 그것이었지요.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녀에게 놈은 순식간 달려들어 덮쳐눌렀고 옷고름이 잡아 뜯겨져나갈 때 그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녀는 버둥거리다가 댕기에 늘 꽂아두었던 바늘을 빼내어 흑조의 정수리를 향해 찔렀답니다. 날카로운 바늘이 머리에 박히자 흑조는 갑자기 힘이 풀린 듯했어요. 그 틈을 타서 보라아가씨는 옷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도망을 쳤지요.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린 흑조는 화가 치밀 대로 치밀어 올라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쫓아오기 시작했고요. 그의 손엔 기다란 채찍이 들려있었답니다.
험한 산길, 아무리 목숨을 걸었다 해도 아녀자의 뜀박질이 몽고기병의 추격을 당해내겠습니까.. 그녀는 잡혔고... 채찍으로 매 맞아 터진 살 에서 가시가 하나씩 돋아났대요.
그녀 죽은 자리에 남아있는 건 피투성이 시신이었으며 그 흥건한 핏물을 먹고 피어난 꽃이 바로 엉겅퀴라면.. 믿으시겠어요?
엉겅퀴의 목숨으로 지킨 사랑은 지금도 언덕에서 먼 길을 내려다보며 혹시 이제나 오실까..
님을 기다리고 있다 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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