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수필)

방귀 뀐 놈이 성낸다

공간(空間) 2022. 1. 26. 21:45

방귀 뀐 놈이 성낸다 / 송상익

 

5년 전 일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다.

 

직원들과 어울려 근무를 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나의 부서에 근무한 K라는 직원은 나의 중고교 동창이자 친구이다.

 

정년연장을 8년이나 하고(정년연장은 기본 건강에 이상이 없거나 그 사람이 일하고 있는 직종이 현존하고 있어야 한다.) K68세로 퇴직했다.

 

그가 근무하는 동안 근무 성적은 별로였다. 1년에 한두 번씩은 미군 책임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그가 퇴직하기 10개월 전 일이다.

 

오전 회의를 마치고 서류를 작성하느라 정신없이 돋보기를 쓰고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Mr Song 하며 Main Office의 미군 책임자가 얼굴색이 변하며 다가와 같이 현장으로 가보자고 한다. 또 무슨 일이 터젔구나, 직감적으로 느낌이 온다. 현장으로 가면서 그는 이야기한다. 자기가 10분 간격으로 현장을 3바퀴나 돌아와도 한 직원이 모르고 차의 밧데리박스 한쪽을 붙잡고 멍하니 서 있다는 것이다. 미군 책임자와 같이 직원의 뒤쪽으로 가서 5분이나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직원은 미군 책임자가 말한 그대로의 모습이다. 내가 다가가 작업시간인데 왜 그렇게 서 있나 하고 물으니 그제서야 깜짝 놀라며 등 뒤에 미군 책임자와 내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하며 말을 한다. 어떻게 하면 밧데리를 튼튼하게 고정시키는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그는 한국말과 영어가 썩인 말을 한다. 그대로 통역할 수밖에 없다. 미군 책임자는 저 K 씨가 거짓말한다고 한다. 차라리 거짓말을 하려면 요령껏 몸이 불편하다고 하던가 하면 좋으련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과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사람과 사물을 보는 눈과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유사하다) 저 사람이 몇 급이냐고 최근에 들어온 사람도 아닌데 거짓말한다고 하며 퇴직이 얼마나 남았나 하고 묻는다. 나는 미군 책임자에게 10개월 남았다 하며 내가 미안하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교육 시키겠다.”고 말하며 사과하여 일단은 마무리되었다. 그 후 K 직원은 정년연장을 좀 더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러나 평소에 성실하게 일을 해 왔으면 한 번쯤 생각할 문제이지만 그는 항상 미군 책임자들의 눈에 벗어난 행동으로 좋게 보지 않아 추천을 해 줄 수도 없는 나의 입장이다. 정년연장의 사인 권한은 한국인 책임자와 미군 책임자의 추천과 미군 국장의 권한이다. 10개월이 지난 후 그는 68세로 퇴직해 나가면서 자기 자신도 모르며 더 일할 수 있게 정년연장을 추천해 주지 않는다고 한국인 책임자이자 친구이며 중고교 동창인 나에게 말 한마디 인사도 없이 떠나갔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자신도 모르는 친구이다.

 

그리고 1년 후 대구에 있는 경북대학교병원에 진료차 가서 그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내나 하고 물으니 지나간 일이 미안한지 말 한마디 없이 악수만 하고선 히죽이 웃으며 우죽우죽 걸어가며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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