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시·수필>

청량산을 찾아서

공간(空間) 2005. 2. 6. 18:03

청량산를 찾아서...

 

                                     글 / 宋 尙 翼     

  

새벽, 쓰레기차의 요란한 소리에 놀라 깨어났다..
오늘은, 토요일 지난 20여일 전부터 봉화의 청량산을 가보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으나,
그게 마음먹은 대로 잘되질 않았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왠 놈의 잔치가 그리 많은지...
오늘은 단단히 마음먹고 떠나야지.....
오늘의 일을 대충 정리하고 떠나려고..
아침을 먹자마자...
엽지기를 불러 오늘은 북삼 안가냐..
“엽지기왈 가야지 뭔 말이요..”
매주 토요일은 북삼에 홀로계시는 엽지기의 어머니(나의 장모님)ㅋㅋㅋ 뵈러간다...
북삼을 갔다 온 후, 대충 대충 볼일을 보고나니,

에궁... 벌시로 12시가 넘었다..

간단히 한끼 때우고.. 잔설남아 시야에 보이는 설경을 구경하며 중앙 고속도로를 달렷다...
남안동 IC를 나오니.. 나의 고물단지 애마가 소리를 낸다.  탁~탁~탁~...
요놈이 또 뭐가 부족한가보다.. 비상용 오일을 애마의 입에다 털어 넣어 보충시키고..
안동시내를 관통 도산서원 이정표만 보고 달린다..
안동댐이 보인다..

가물어서 예안 다리밑도 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옛날 이곳에서 낚시를 할 때는 물도 많았었다..
예안을 뒤로하고 조금 더 올라가면 월천서당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월천서당 앞에서 낚시를 하다 진짜배기 땅벌(양봉벌보다 조금 작으며 가늘다)에 쏘여..
안동 시내 병원으로 실려 가던 일이 생각났다..
지난일이라 추억처럼 되었지만. 잘못하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

 

도산서원을 지나면 도산 온천이 있고 도산 온천을 뒤로하고,
이육사 시인의 생가와 시비가 있는 온혜를 지나 ,고산정 입구의 커브길을 빠져나가면
저 멀리 바위산 하나가 시야를 막는다, 이산이 바로 청량산이다, 
길 우측으로는 태백산맥에서 내려오는 물들이 강을 이루고 이강을 예안강 이라고 부른다..
예안강을 따라 조금더 올라가면 청량산 도립공원 입구를 맞게된다..

지금 계절에는 입구 우측 학소대 절벽과 청량산에서 내려오는 개울의 구름다리위를
인공빙벽으로 만들어 놓았다..

매표소를 지나면 다리가 하나 나온다.
다리를 건너기전 좌측에 퇴계 이황 선생의 “청량산가” 시비가 있으며,
청량산행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청량산가”에서 “청량산 6.6봉을 아는 이는
                나와 흰 기러기 뿐이며,
                어부가 알까 하노라”

       또는    “청량산 육육봉을 아나니 나와 백구
                백구야 헌사하랴만 못 믿을손 도화로다.
                도화야 떠나지 말아 어주자 알까 하노라.”


청량산가 시비를 뒤로하고..달린다..
예전에 왔던 이 길은 비포장 도로 였으나 지금은 말끔히 포장이 되어 있었다...
중간쯤 민박집이 지금도 있다.
그러나 예전의 그 인심 좋은 민박집은 어디가고 콘크리트 집들로 개조 되어 있었다.
예전에 이곳에서 하룻밤 자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방이 모자라 친구 부부는 그 옛날 담배를 건조하던 곳을 개조하여 만든 방에서 자고,
우리는 마당에 자리를 깔고 모기장을 치고 자던,
그 시절이 지금은 추억되어 주마등처럼 순간 뇌리 속을 스쳐갔다...

 

예전에는 고갯마루에 주차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옛날 청량사로 걸어서 올라가던 초입 길 입구에 정자와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었다.

나의 고물딱지 애마가 숨이 차나보다 여기까지 오는데 2시간 20문이 걸렸다.
주차장에 나의 애마를 묶어두고 청량사로 향했다. 길은 가파르지만 포장이 다 되어 있었다..
한참을 오르자 제일 먼저 반겨주는 곳이 안심당(安心堂) 이다.

이 안심당은 성불소리와 좋은 말씀, 그리고 명상의 말씀이 흐르는 가운데,
잠시 속세를 벗어나 한잔의 차를 음미하며 마음을 비우고 잠시 명상으로 빠져보는 곳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안심당 출입구엔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 왔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다,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나.........
그리고 소슬 대문이 있고, 옆에는 기와에 새겨진 한마디가 눈길을 끌었다....

 

 

  기와에 새긴글...

 

 

  고요히 앉아,
  차(茶)를
  반쯤 마셨는데,
  향기는 처음과 같고,
  묘용(妙用)의
  때에,
  물은 흐르고
  꽃은 피도다.
  

                        추 사

 

안심당을 지나면 청량산 청량사라는 누각이 있다,

누각에는 범종과 법고, 그리고 범어가 있다.

이곳을 지나면 유리보전이라는 현판이 붙은 대웅전이다 ...
이 현판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기 위해,
이 곳을 지나다 여기에 잠시 머물 때에 쓴 글이라고 한다.

유리보전 앞뜰에는 소나무 한그루와 탑이 있다..
정상까지의 등산로는 유리보전을 지나면 된다..

오늘은 너무 늦게 도착해서 정상을 가지는 못할 것 같다...

둘러멘 가방을 풀고 카메라를 꺼내 아마츄어 카메라맨이라고 할까..
몇 장의 사진을 찍으며 경내를 휘 둘러보니 예전 모습은 반 밖에 없었다,

산은 옛 산이요. 물은 예물이되...........

 

건물들은 그동안 많이 증축되고 손질이 되어 그 옛날 보담은 짜임새 있어 보였다...
그리고 신도들과 일반 관광객이 줄을 있고 있어 예전보담은 더 친근감 있어 보였다..
이제는 하산을 해야겠다...
청량사를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에 나홀로 중얼거려본다..


  추억의 청량산

 

                  글 / 宋 尙 翼

 

   그 옛날 찾았던 청량산을.

   오늘은,
   가방하나 둘러메고,
   찾아왔네..

 

   잔설녹아 흘러내리는
   낙숫물소리 들으며,
   안심당의 차향기와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고요히 흐르는 성불의 소리..

  

   유리보전 스님의 염불소리에
   삼라만상이 잠들고
   고요가 흐르네..

 

   인경소리와 풍경소리
   목탁소리와 성불소리가 어우러져,
   청량산을 뒤덮었네.

 

   어머님의 품속에서 
   잠을 이루는 애기처럼, 
   내 마음 또한,
   청량산에 안기고 십고나..

 

   2005년 2월 5일

 

 

이제 해는 서산에 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나의 비둘기 집으로
애마의 고삐를 풀고 달렸다....
해는 어느 듯 저물고 어둠이 내렸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마감해야만 하나보다.
내일을 위하여......

 

'스토리<시·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비  (0) 2005.03.03
추억의 청량산  (0) 2005.02.06
추억이 흐르는 밤...  (0) 2005.02.02
눈 나리는날...  (0) 2005.01.31
그대 나를 사랑한다면..  (0) 2005.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