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전 가을에 받은 편지 / 송상익
이 편지는 18년 전에 둘째로부터 받은 편지다.
단풍잎 떨어져 거리를 배회하는 어느 날 퇴근하니 국제우편물이 왔다.
중국에 유학 간 책벌레(讀書 王) 둘째의 편지다.
책벌레 나의 둘째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방과 후 스스로 문화원에 가서 S고등학교 S한문 선생님이 지역 봉사활동으로 청소년들과 성인들을 가르치는 한문 공부를 하였다. 중학교 2학년 때 벌써 고등학교 3학년 실력을 갓추고 있다고 중고등학교 내에서 소문이 났다. 대학은 대구에 있는 KM대학교 한문교육과를 가려다 앞으로 중국과 교류가 커질 것을 감안 HS대학교의 중어중문을 택했다. 1학년 2학기 때부터 4학년 졸업때까지 장학생이 되어 나의 짐을 많이 덜어주었으며 직장에서 나오는 학자금으로 2학년 때 중국 강서성 남창시 강서사범대학으로 연수를 하고 1년 후 돌아와 학교에서 교환학생 시험에 합격하여 또다시 교환학생으로서 강서사범대학에 갔다. 이 편지는 2003년 늦가을 어느 날 중국에서 날아온 자랑스러운 편지다.
<이글은 책 버러지 나의 둘째가, 중국 강서성 남창시 강서사범대학교 교환학생으로 유학 시절, 이 시를 중국어로 써서 강서사범대학 학보에 실린 글 원본과 원본을 번역하여 편지로 온 것이다.>
(아래글은 중국 강서사범대학 학보에 실린 원본)
(번역본)
가을이 문턱에 왔습니다 / 송명선
가을이 문턱에 왔습니다
오랜 기다림
이제 하루하루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가을이 깊어가면서 우리의 마음속에도
촉촉한 비가 내리겠지요
이슬을 함초롬히 머금은 들꽃을 닮고 싶은 그런 날
가을이면
세상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한 번쯤 산에 올라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고
푸른 바닷가에서도
가을의 고요함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내 안의 진정한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깊은 사색에 빠질 수도 있겠지요
매미 소리의 여운은
귀뚜라미의 청아한 소리로 바뀌고
추억에 대한 그리움으로
한가득 마음을 적셔주는 시간
옛일을 생각하며
마음속 가득 따뜻함을 느낍니다
이제 짙은 가을의 향기를 느끼며
가을이 우리 곁에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이 편지를 받아들고 어릴 적부터 글 읽기를 좋아하고 한문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우리말도 아닌 중국어로 시를 써서 중국의 사범대학 학보에까지 실렸다니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다. 교환학생으로서 있으면서 남경에 가서 중국어(HSK) 시험을 치고 합격하여 돌아왔다. 그때만 해도 대구/경북에는 HSK3급은, 약 3명 밖에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 취업차 모기업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가니
자격증을 보더니만 일주일 이내에 출근해 줄 수 있냐고 묻는다.
이후 취업 출근하며 지금도 출장을 가거나 틈만 나면 책을 본다. 일 년에 약 90권 이상을 읽고 매주 금요일이면 동네 글방에서 모임을 하며 책을 읽고 토론도 한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컴퓨터만 만지고 핸드폰을 가지고 장난질을 하지만
나의 책벌레(讀書 王)는 퇴근 후 핸드폰을 가지고 검색하는 것 대신 정성을 다해 검은색 볼펜으로 나의 외손녀에게 매일같이 내일 할 일을 쪽지로 쓰거나 아니면 책을 끼고 산다.
내가 처음 시를 공부할 때도 많은 조언을 받기도 했다.
참으로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책벌레(讀書 王)다.
오늘도 나는 들국화가 손짓하는 늦가을에 옛 추억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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