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리장나무의 전설 : 옛날 어느 고을에 백정이 살았는데,
그 백정에게는 잘 생긴 아들이 하나 있었다.
이 총각은 마을 잔치 집에서 일을 거들다 우연히 눈이 마주친 이웃 마을에 사는 양가집 처녀를 사모하게 되었고.
신분제도가 엄격하던 시절이라 총각의 가슴앓이는 깊어만갔다. 백정 내외는 초췌하게 야위어가는 아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유를 물었지만, 아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
총각은 처녀의 집 근처를 자주 배회하게 되었고, 처녀의
부모는 불같이 노하여 관가에 고발을 하였다.
총각은 관가에 끌려가 심한 매질을 당하고, 백정 아버지의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담 너머로 밖을 내다보던 처녀와 눈길이 마주쳤다.
총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날밤 총각은 슬픈 사랑을 가슴에 안고 죽고 말았다.
백정 부부는 처녀가 사는 이웃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길가에 묻어 주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처녀는 친척집에 다녀오는 길에 총각의 무덤 곁을 지나게 되었는데, 무덤 곁에서 발길이 얼어붙고 말았다.
같이 간 동생이 아무리 잡아 끌어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무덤곁에 주저 앉아 버리는 것이었다.
놀란 동생이 부모님과 이웃 사람들을 모시고 나왔을때, 처녀는 무덤 앞에서 이미 죽어 있었다.
처녀의 부모는 백정 부부와 의논하여 처녀의 시신을 총각의 무덤에 합장하여 주었다.
그런데 이듬해 봄, 그들의 무덤 위에서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 꽃을 피웠는데 , 나무와 꽃의 향이 누린내 같기도
하고 된장냄새 같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그 나무의 냄새가 백정의 냄새와 같다고 수근
거렸다.
그리고, 그 나무의 이름을 누린내가 난다고 하여 누리장
나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